일상으로 돌아온 따뜻한 마음, 제리케이의 다섯 번째 정규앨범 [Home]
세상을 떠난 신해철의 노래 중에는 “일상으로의 초대”라는 곡이 있다. 여기서는 이 노래를 듣는 ‘너’라는 청자가 존재한다. 곡은 이 노래를 듣는 너에게 ‘나’의 하루 하루를 이야기하며,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만날 때 단순히 두 사람의 관계뿐만 아니라 두 사람이 만들어 놓은 세계가 만난다는 걸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제리케이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 [Home] 또한 일상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앨범을 듣는 이에게 직접 초대를 권하진 않는다. 앨범 안에는 음악을 들어줄 당신 대신 제리케이라는 인물의 반려견과 와이프라는 다양한 ‘너’가 존재하지만, 자신의 세계와 일상을 공개하며 길고도 험난했던 여정을 지나 집으로 돌아온 그의 모습을 보여준다. 앨범은 이렇게 소소한 이야기를 전달하며 자신의 편안함을, 평화로운 언어로 일상을 회복하는 모습을 은은하게 들려주는 작품이다.
긴 시간 제리케이의 언어는 끊임없이 변해왔다. 동어 반복을 이만큼이나 피했던 음악가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는 긴 시간 다양한 온도를 전달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참 부지런하고 대단한 음악가다. 강한 어조로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해왔던 시간이 있었다면, 이후 한동안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쓰기도 했다. 그 후에는 소수자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왔고, 이제는 그 긴 시간을 지나 마침내 집에 도착했다.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미 선공개한 “하품”과 “너랑 노는 게 난 제일 재밌어”를 통해 제리케이는 자신의 변화를 예고해왔다.
실제로 이번 앨범은 제리케이의 앨범 중 가장 듣기 편하며, 아마 어떤 장르 음악을 좋아하건 플레이리스트에 하나씩 담을 수 있을 정도다. 때로는 강아지와 놀고, 때로는 아내와 함께 하고, 때로는 누워 있는(?) 그의 하루를 상상할 수 있다. 장르로서의 결도 달라졌다. 좀 더 팝 음악, 인디 음악에 가까운 느낌으로 때로는 얼터너티브하게, 때로는 예쁘게 풀어냈다.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고, 그래서 더 공감을 얻을 것 같다.
제리케이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에는 아내인 루와 반려견 사자뿐만 아니라 다른 의외의 사람들이 참여하기도 했으니 천천히 감상해보자. 이번 겨울을 좀 더 따뜻하게 맞이할 수 있는 좋은 도움이 될 것이다.